Words12 꿈은 매우 위험하다. 피로가 절정을 찍었던 지난주에는 공사로 인해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대안으로 동네 카페에 가서 작업을 하는 것을 택했다. 예전에는 꽤 자주 갔었는데 요새는 도통 들릴 일이 생기질 않는다. 늘 그래왔듯이, 주문대 뒤의 메뉴판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멤버십 적립 하시나요?' 하도 오랜만에 방문하는 곳이라 멤버십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일단 단말기에 꽂힌 심 없는 플라스틱 펜을 집어 단말기에 번호를 무심하게 입력했다. '휴면 계정 상태이신데, 어플로 로그인 하셔서 푸셔야되요' "아 그럼 그냥 주세요"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작업을 하다가 두 시간이 넘어갔을 때, 출출하기도 하고, 요즘 그게 암묵적인 매너라는 말을 지나가면서 들었기에 음료와 .. 2023. 4. 5. 예비군. 예비군 1년차.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전역 1년 되는 날 전후였던 지난주에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게 됐다. 코로나 19로 오랜만에 재개되는 예비군 훈련이면서, 동일한 이유로 올해는 동원 없이 8시간만 진행한다. 10월 말에 진행되는 훈련이라 일교차가 컸다. 가장 큰 고민은 '방상외피를 입을 것이냐?'였는데, 지금 와서의 결론은 사계 전투복만으로도 충분했단 것이었다(점심 먹으니 날씨 따뜻하고 좋기만 하더라). 베레모를 잃어버리고 전투모는 전역할 때 후임에게 물려주고 왔어서 그걸로도 좀 고민을 했는데 (공문에는 전투모를 지참하라고 나왔었다), 미리 다녀온 동기들 말로는 필요 없다길래 굳이 구해서 쓰지 않고 갔다. 훈련장마다 편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간 곳은 신경을 쓰질 않았다. 전투화를 찾는데도 시간이.. 2022. 11. 2. Low Roar. 두 가지 이유로 마음이 무거운 하루였다. 하나는 하루 종일 뉴스와 기사로 다뤄지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찾아 보게 된 일이었다. 2011년에 데뷔한 아이슬란드 출신의 밴드 Low Roar는 내가 아는 가장 몽환적이면서 안개 같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였다. https://youtu.be/KnrGMHhnqrw 'I'll keep coming'이란 곡을 가장 처음 접했다. 처음 느껴보는 색깔의 음악이었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주변 공간이 조금씩 열리는 것 같기도, 한편으로는 닫히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나는 이들의 음악을 힘들고 우울한 시기에 가장 많이 들었다. 위 곡이 수록된 앨범 는 항상 트랙 순서대로 들었고, 17년에 발매됐던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로 운동을 하며 락 음.. 2022. 10. 30. 성수와 건대 사이. P와 갑작스럽게 저녁을 먹게 됐다. 시간은 퇴근 시간보다 살짝 늦어지며 2호선은 조금 숨이 트이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탄 열차는 비교적 신식이었다. 언제부터 2호선 열차들이 새단장을 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군 복무로 잘려나간 기간 때문에 셈은 쉽지 않았다. 최근의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출퇴근 시간의 열차는 이 열차가 신식인지 구식인지 판가름 할 여유 있는 공간이 아니기에, 의미있는 회상은 불가능했다. 역삼, 삼성 그리고 잠실, 송파. 사무실이 혹은 주거지가 몰려 있는 역에서의 승하차는 늘 숨 막힌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의 긴 행렬에서 비교적 앞쪽에 서있다고 해도 이미 열차 안은 뺴곡하게 꽉 차 있어 탑승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 그러한 연유로 탑승에 실패했지만 통근 시간이 근접한 몇몇 행.. 2022. 10. 2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