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12 담배. 'XX교에서 형이랑 담배 피던거 생각나네, 그때 형 많이 의지했는데' 군대 훈련소와 후반기 교육을 같이 받았던 동기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2년도 더 지난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그때는 날이 매우 무덥고, 비가 한참 많이 오던 시기였다. 훈련병 생활이 끝나고 태운 첫 담배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든 게 어색했다. 한 달 만에 처음 태우는 담배는 말보르 골드였고, 왼손으로 담배를 집어 드는 것 조차 어색했다. '석병장님은 담배를 왜 이렇게 맛 없게 태우십니까?' 자대에서 맞후임이었던 놈이 흡연장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뭔가 '의무적'으로 담배를, '필요하니깐' 태운다는 느낌이란 것이다. 이 놈 동기이자 역시 내 맞후임이었던 친구는 담배를 그렇게 맛깔나게 잘 태웠다... 2022. 10. 23. +1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7. 28. 물결 부서지는 모든 파도가 뱉어낸 소금기는 엊저녁 플랫폼의 잔등 밑을 맴돌고 하루가 가지 않던 너의 굳건한 다짐에 서서히 너를 등지고 달리는 날이 늘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들을 사랑하며 처음부터 몸 섞는 우리의 짜디짠 잔등 밑은 누군가 토해 놓은 그 저녁의 취기보다 둔하다 못해 안쓰러울 만큼 빈약했다 무엇을 좇느냐고 혹 무엇에 쫓기느냐고 그렇게 묻던 너의 가느다란 흰자위는 그날도 하나 늘어날 거짓말을 끄집어내길 기도하는 것만 같아 난 너의 흰 것들로부터 도망치고자 혹 나의 검은 잎들을 하나씩 헤아리고자 아무것도, 아무것도라는 말만 되뇌일 뿐 그 이상의 무엇을 삼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너의 다짐은, 그 누구나 가질 것들 동시에 그 모두가 망각해 살아갈 것들 나만이 그런 것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내 아비도,.. 2021. 12. 21. 늦은. 혀를 왼쪽 위로 말아올려 부은 입술을 훑었다 언제 맺힌 이슬인지 알 수 없는 짭짤함. 흐른다 어제의 비는, 아니 이제 그제가 되어버린 내가 사랑하던 가로수의 풀내음을 삼키고 뱉은 모든 것을 삼킬 것 같은 검은 하늘의 밤 광륜 하나 새어나지 않고 별 하나 없던 그 날의 막연함, 선 하나 그을 수 없지만 무엇하나 막히질 않던 무형의 꿈틀거림 닿아있었다. 저 밤 하늘에는 그대의 꿈틀거림이 선명하진 않아도 당신의 밤으로의 입장을 지연시킬 그 강렬한 모호함, 형언하기 힘든 것 글로 쓰면 성에 차지 않는 것. 당신의 밤 나는 최초에 그것이 내 것이라 생각했다 혹은 그러리라고 믿었던 것이 아닐까 친구 한 놈은 비웃었다. 그건 사랑도 뭣도 온전히 너의 것도 아닌 감정일 뿐이라고 그의 역설에, 그래도 언제가는 만날꺼라고.. 2021. 12. 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