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13 성수와 건대 사이. P와 갑작스럽게 저녁을 먹게 됐다. 시간은 퇴근 시간보다 살짝 늦어지며 2호선은 조금 숨이 트이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탄 열차는 비교적 신식이었다. 언제부터 2호선 열차들이 새단장을 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군 복무로 잘려나간 기간 때문에 셈은 쉽지 않았다. 최근의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출퇴근 시간의 열차는 이 열차가 신식인지 구식인지 판가름 할 여유 있는 공간이 아니기에, 의미있는 회상은 불가능했다. 역삼, 삼성 그리고 잠실, 송파. 사무실이 혹은 주거지가 몰려 있는 역에서의 승하차는 늘 숨 막힌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의 긴 행렬에서 비교적 앞쪽에 서있다고 해도 이미 열차 안은 뺴곡하게 꽉 차 있어 탑승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 그러한 연유로 탑승에 실패했지만 통근 시간이 근접한 몇몇 행.. 2022. 10. 26. 담배. 'XX교에서 형이랑 담배 피던거 생각나네, 그때 형 많이 의지했는데' 군대 훈련소와 후반기 교육을 같이 받았던 동기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2년도 더 지난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그때는 날이 매우 무덥고, 비가 한참 많이 오던 시기였다. 훈련병 생활이 끝나고 태운 첫 담배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든 게 어색했다. 한 달 만에 처음 태우는 담배는 말보르 골드였고, 왼손으로 담배를 집어 드는 것 조차 어색했다. '석병장님은 담배를 왜 이렇게 맛 없게 태우십니까?' 자대에서 맞후임이었던 놈이 흡연장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뭔가 '의무적'으로 담배를, '필요하니깐' 태운다는 느낌이란 것이다. 이 놈 동기이자 역시 내 맞후임이었던 친구는 담배를 그렇게 맛깔나게 잘 태웠다... 2022. 10. 23. +1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7. 28. 물결 부서지는 모든 파도가 뱉어낸 소금기는 엊저녁 플랫폼의 잔등 밑을 맴돌고 하루가 가지 않던 너의 굳건한 다짐에 서서히 너를 등지고 달리는 날이 늘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들을 사랑하며 처음부터 몸 섞는 우리의 짜디짠 잔등 밑은 누군가 토해 놓은 그 저녁의 취기보다 둔하다 못해 안쓰러울 만큼 빈약했다 무엇을 좇느냐고 혹 무엇에 쫓기느냐고 그렇게 묻던 너의 가느다란 흰자위는 그날도 하나 늘어날 거짓말을 끄집어내길 기도하는 것만 같아 난 너의 흰 것들로부터 도망치고자 혹 나의 검은 잎들을 하나씩 헤아리고자 아무것도, 아무것도라는 말만 되뇌일 뿐 그 이상의 무엇을 삼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너의 다짐은, 그 누구나 가질 것들 동시에 그 모두가 망각해 살아갈 것들 나만이 그런 것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내 아비도,.. 2021. 12. 2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