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교에서 형이랑 담배 피던거 생각나네, 그때 형 많이 의지했는데'
군대 훈련소와 후반기 교육을 같이 받았던 동기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2년도 더 지난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그때는 날이 매우 무덥고, 비가 한참 많이 오던 시기였다. 훈련병 생활이 끝나고 태운 첫 담배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든 게 어색했다. 한 달 만에 처음 태우는 담배는 말보르 골드였고, 왼손으로 담배를 집어 드는 것 조차 어색했다.
'석병장님은 담배를 왜 이렇게 맛 없게 태우십니까?'
자대에서 맞후임이었던 놈이 흡연장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뭔가 '의무적'으로 담배를, '필요하니깐' 태운다는 느낌이란 것이다.
이 놈 동기이자 역시 내 맞후임이었던 친구는 담배를 그렇게 맛깔나게 잘 태웠다. 그러니, 그렇게 보일만도.
'나는 너 담배 피는 거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에 들어'
20대 초반에 만났던 여자친구가 하루는 흡연장에 몰래 따라 나왔었다. 난 그런지도 모르고 그냥 먼 산을 보며 담배를 피웠다. 담배 불을 끄고 돌아섰을 때, 괜히 민망했다. 흡연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걸 보여준 적도 없었고, 왠만하면 같이 있을 때는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하더라도 탈취제를 실컷 뿌리고 손을 박박 닦고 돌아갔지. 물론 그렇다고 냄새가 다 빠지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최대 흡연량을 찍었던 시기는 20살이었다. 그 때는 그게 그렇게 힘들었나. 20살 이후의 기억들은 내가 태우던 담배의 향만큼이나 독한 것들이었다.
이제는 그 독한 것들을 몸에서 다 빼내려고 한다. 탈취제를 뿌리고. 비누가 닳도록 손을 닦아도, 빠지지 않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