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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제삼자의 관조

by J_One. 2023. 6. 27.

 '디커플링'. 요즘 뉴스에서 세계 경제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직역하면 '탈동조화', 성의없는 해석으로는 주변의 흐름으로부터 독립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한번 성의없이 바꿔말하면, '제삼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티가 나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린 것이고, 그 거짓말에 속는 사람은 어리석은 것이다'. 그 사람에게 들었던 조언은 그런 것이었다. '감정적으로 누군가를 대하지 마라, 그게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다'.  

 

 무언가 '파악'하기 위한 대화의 기본 전제는 상대가 내게 100% 진실을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의 발화는 그에게 유리하게 보이는 사실을 부분적으로 열거하거나, 심하면 검증하기 귀찮은 거짓을 섞는다. 그것을 짚어내려면 항상 감정의 필터를 꺼야한다.

 

 그러다보면 보인다, 어리석은 사람만이 믿을 거짓을 그가 내뱉고 있음을. 말 한 마디면 그의 말을 검증할 수 있겠지만, 매번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그때 선택하는 것이 '디커플링'이다.

 

 그들에게는 더이상 시간적, 감정적, 물질적 투자를 행하지 않는다. 그들이 인지하지 못하게, 그들과 나 사이의 탈동조화를 개시한다. 그들의 언행의 영향을 나와 독립시킨다. 

 

 그렇게 쌓인 시간과 감정은 오로지 필터 없이 신뢰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택한 '얼마든지 어리석어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옮겨간다. 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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